한글 입술소리(ㅁㅂㅍ)가 水, 목구멍소리(ㅇㅎ)가 土로 잘못 전해진 까닭
한글 자음의 기본자(ㄱㄴㅁㅅㅇ)는 각기 그 발음작용이나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고, 오행(목화토금수)의 상생 순서로 배속하였다.
나머지 자음들은 소리가 조금 더 세게 나는 정도에 따라 획을 더하여 만들었다.
그래서 국보 제70호 『훈민정음해례』 <제자해>에 따른 자음의 순서는 ㄱ→ㅋ(어금닛소리), ㄴ→ㄷ→ㅌ(혓소리), ㅁ→ㅂ→ㅍ(입술소리), ㅅ→ㅈ→ㅊ(잇소리), ㅇ→ㅎ(목구멍소리)이다.
이에 따라 현재 한글맞춤법의 자음 기본자 순서도 ㄱㄴㅁㅅㅇ순으로 되어 있는데 모두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오행의 상생 순서에 맞춰 배열된 것이다.
ㄱ(木) ㄴ(火) ㅁ(土) ㅅ(金) ㅇ(水)
1504년 갑자사화(연산군 재위 10년) 때 연산군의 비행과 폭정을 비난하는 언문 방서(榜書)사건이 발생하자 글을 아는 사람들을 잡아들여 옥사를 벌였고,
이를 계기로 한글서적을 불사르는 등 이른바 언문학대(諺文虐待)까지 자행되어 이후 국문학 발전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 사건의 여파로 훈민정음 관련 문서들이 불살라지면서 『훈민정음해례』도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훈민정음인 한글이 창제된 원리와 이치가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였고 숱한 낭설만 난무하였다.
그중 하나가 바로 1750년(영조 26) 신경준이 지은 『훈민정음운해』에서 土인 입술소리(ㅁㅂㅍ)를 水, 水인 목구멍소리(ㅇㅎ)를 土로 잘못 전한 것이다.
이에 대한 학계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신경준은 『훈민정음』 원본인 해례본을 참고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훈민정음 제자 원리의 철학적 배경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못하였다(이성구, 『훈민정음연구』, 동문사, 1985, 26쪽).
최현배도 그의 저서 『고친 한글갈』(1961)에서 신경준이 『훈민정음』 원본을 보지 못하고 『훈민정음운해』를 저술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한글의 태극사상 기원설과 관련해서도 “(신경준은) 정인지 서(序)만 보았을 뿐이요, 그 ‘훈민정음해례’는 보지 못하고, 다만 자기의 요량대로 태극설과 한글과의 관련을 붙여 본 것이다.”라고 하면서 신경준이 『훈민정음』 원본을 보지 못한 채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고 지적하였다(최현배, 『고친 한글갈』, 정음문화사, 1982, 624-625쪽).
안동의 광산김씨 문중에 비장(秘藏)되고 있던 『훈민정음해례』를 1940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구입 후 비밀로 하였다. 1945년 광복 후 전형필 선생이 한글학회 학자들에게 공개하면서 440여 년만에 비로소 『훈민정음해례』가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 거의 모든 작명가들은 일본식 81수 작명법과 마찬가지로 『훈민정음』 원본인 『훈민정음해례』의 오행 상생 순서도 모른 채, 土인 입술소리(ㅁㅂㅍ)를 水, 水인 목구멍소리(ㅇㅎ)를 土로 오행을 뒤바꾸어 적용하면서도 그 오류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